짧은글1 그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박완서- 숨넘어가는 늙은이처럼 헐벗고 정기 없는 산. 눈 뜨고부터 잠들 때까지 자유롭고 찬란한 곳에 있던 주인공이 좋은 학교를 보내고자 하는 엄마의 손에 이끌려 인왕산 자락을 오가며 등하교를 해야 했던 장면을 만났다. 그립고 아름다운 고향과 대비되는 도심의 산이란 이 사람의 마음에 한 순간도 마땅치 않았을 것이다. 자기 자신의 마음을 살펴보기에 숨김이 없는 사람이야말로 "얘, 도심에 이런 산이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이니" 이런 말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서울의 산을 다녀보면서 한번도 그 등산로에 대해 불평을 해본 적이 없었다. 주어진 대로 멍청히 발길을 옮기기에만 바빴던 나는, 되돌아 보았을 때 솔직하지 못했던 순간들을 기억하며 후회했다. 소제목 순서 야성의 시기 아득한 서울 문 밖에서 동무 없는.. 2022. 6. 2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