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3 작별인사 -김영하- 인간들이 만들어놓은 휴머노이드에게 우주와 생명체의 의식에 대한 정의와 믿음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당연하게 존재했던 어떤 진리, 우리가 극히 일부분을 알고 나서 모두 깨달은 척 어떤 조각만을 가지고 휴머노이드를 만들어버렸기 때문에 그 틀 안에서만 생성된 진리의 조각. 휴머노이드들은 결국 인간이 만들어냈기에 그 이상의 사유와 철학을 지닐 수 없을 것이다. 하나의 공식처럼. 일반적인 인간처럼 그것을 이해하고 적용하는 메카니즘까지는 닮아갈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을 닮은 모습 안에서 정해진 그 나름의 윤리의식이란, 수용소의 전기가 끊길 것이라는 공포 속에서 생존을 위해 자신의 다음 행동을 결정하는 휴머노이드들은 인간과 매우 닮은 행태를 보여주어 증명되었다. 선이는 한편으로는 이를 부정하고 다른 휴머노이드들과.. 2023. 1. 30. 곰스크로 가는 기차 -프리츠 오르트만- 서점에서의 우연한 만남 어렵지 않은 책이다. 하지만 생각이 많아지는 내용이다. 내가 가고자 하는 나의 곰스크는 무엇이고 어디인가. 누구는 돈과 명예, 누구는 꿈, 이상, 추구하는 모든 것이 될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 발이 묶여 안주하게 된 주인공. 언제나 곰스크는 머릿속에 가득하다. 곰스크로 가는 것만이 목표였지만 그 이후의 삶은 아무 계획이 없다. 우리 또한 잡을 수 있을 것만 같은 우리만의 곰스크를 향해 가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히거나 열망하더라도 이상적이었던 그곳을 불안해하고 의심하지 않는가. 주인공 부부의 고민. 기차는 삶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 어쩌면 우리가 겪어내고 있는 지금의 모습과 비슷하다. 무엇이 중요한걸까? 대체 곰스크로 가는 길과 그 결정은 옳은 걸까, 아니면 우리는 곰스크로 가.. 2022. 6. 30. 그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박완서- 숨넘어가는 늙은이처럼 헐벗고 정기 없는 산. 눈 뜨고부터 잠들 때까지 자유롭고 찬란한 곳에 있던 주인공이 좋은 학교를 보내고자 하는 엄마의 손에 이끌려 인왕산 자락을 오가며 등하교를 해야 했던 장면을 만났다. 그립고 아름다운 고향과 대비되는 도심의 산이란 이 사람의 마음에 한 순간도 마땅치 않았을 것이다. 자기 자신의 마음을 살펴보기에 숨김이 없는 사람이야말로 "얘, 도심에 이런 산이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이니" 이런 말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서울의 산을 다녀보면서 한번도 그 등산로에 대해 불평을 해본 적이 없었다. 주어진 대로 멍청히 발길을 옮기기에만 바빴던 나는, 되돌아 보았을 때 솔직하지 못했던 순간들을 기억하며 후회했다. 소제목 순서 야성의 시기 아득한 서울 문 밖에서 동무 없는.. 2022. 6. 20. 이전 1 다음